정치

"신선한 충격인가 낙인찍기인가"…이재명 대통령 생중계 업무보고 두고 여야 격돌

오승현 기자
입력

정치적 충돌 지점을 둘러싸고 여야가 거칠게 맞붙었다. 사상 처음 생중계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 업무보고를 두고 여권은 국정 투명성 강화라고 평가했지만, 보수 야권은 조롱과 낙인찍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생중계 업무보고가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으로 정착할지, 정치권의 공방 속에 향방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한 생중계 업무보고에 대해 국정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자료에 따르면 생중계 업무보고는 정부 각 부처가 대통령에게 직접 정책을 보고하고, 대통령이 구체 질의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방식을 윤석열 전 대통령 국정운영과 비교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 원내대표는 "윤석열식 밀실 국정을 단호히 벗어나 국정 전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분명한 결단과 의지"라며 "왜 국민주권정부인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무보고 실질을 문제 삼으며 과거 관행과는 다르다고도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추상적인 말 잔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성과를 분명히 요구한 자리였다"고 설명한 뒤 "민주당은 국민께 보고된 계획과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생중계에 그치지 않고 사후 이행 점검까지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형식과 내용 변화를 동시에 언급했다. 황 최고위원은 "형식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지평의 전 과정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책임지겠다는 선택"이라고 평가하며 "문답과 토론 중심의 업무보고는 국민 여러분께는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생중계가 국정 책임성과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보수 야권은 같은 장면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태도와 표현을 겨냥해 인격적 모욕, 갑질에 가깝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국회 본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말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며 "인천공항 관련 업무 보고를 받다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말이 참 기십니다'라며 언성 높이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또 한 번 아연실색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사법 리스크와 연결시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이 질책한 '책갈피 달러 밀반출'은 쌍방울 대북 송금의 범행 수법이었다"며 "업무보고 현장에서 본인 범행 수법을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중계 업무보고가 정책 토론장이 아니라 정치 공방의 장이 됐다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도 공개적 모욕과 조롱을 문제 삼았다. 송 원내대표는 "무엇을 누구한테 물어야 하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모욕을 주는 모습은 대통령의 품격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업무보고 장면을 언급하며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거론한 '환빠' 발언도 마찬가지다.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불쾌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도 거친 비유를 동원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전 설화를 끌어와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팥쥐 엄마가 의붓자식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강요했던 것처럼 전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낙인찍어 괴롭히는 모습은 팥쥐 엄마도 울고 갈 만한 갑질이었다"고 말했다.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질책이 정치 보복성 낙인찍기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평가는 같은 장면을 두고 극명하게 갈렸다. 여권은 "국민 앞 국정 전 과정 공개", "문답과 토론 중심의 업무보고"를 내세우며 소통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공개적 조롱", "갑질", "천박한 인식"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대통령의 언행 수위와 태도를 문제 삼았다.

 

향후 생중계 업무보고가 정례화될 경우 여야 공방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국정운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와, 공무원·공공기관장에 대한 인격적 압박 논란이 맞부딪치는 구도가 고착될 수 있어서다. 국회는 향후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등에서 생중계 업무보고의 효과와 부작용을 두고 추가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오승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대통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