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이 굿즈 허브로”…태피툰, 북미 팬덤 공략 가속
웹툰과 실물 단행본을 결합한 커머스 전략이 북미 팬덤 비즈니스의 새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 태피툰을 운영하는 콘텐츠퍼스트가 단행본 연계 굿즈샵 클럽젬의 월 매출을 1년 만에 5.8배 키우며 성과를 입증했다. 디지털 중심이던 웹툰 소비를 인쇄 단행본과 굿즈 패키지로 확장해, 북미 독자에게 익숙한 만화 유통 문법을 웹툰 산업에 이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단행본과 굿즈의 결합 모델이 글로벌 팬덤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콘텐츠퍼스트는 22일 태피툰 공식 굿즈샵 클럽젬의 월 매출이 론칭 1년 만에 5.8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클럽젬은 태피툰 인기 지식재산을 활용한 한정판 굿즈, 단행본 연계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굿즈 플랫폼이다. 회사는 북미에서 인쇄 만화가 전체 만화 시장의 약 9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실물 단행본 비중이 높은 점에 주목했다. 이에 현지 독자에게 가장 익숙한 단행본을 굿즈 소비의 출발점으로 삼아, 작품에 대한 관심을 커머스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단행본 출간과 굿즈 패키지를 동시에 기획해 수요를 집중시키는 방식이 매출 견인에 기여했다. 대표 사례가 지난 10월 영어 단행본으로 출시된 BL 장르 웹툰 디어 도어다. 출간 시점에 맞춰 북커버와 북마크, 스티커로 구성된 한정판 굿즈 패키지를 클럽젬에서 선보이자 준비 물량이 조기 완판됐다. 콘텐츠퍼스트는 클럽젬이 단행본 구매자를 굿즈 소비자로 유도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플랫폼 내 팬덤의 지갑을 넓히는 구조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태피툰은 검증된 인기 IP를 앞세워 북미 출판 유통망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대형 출판 그룹 펭귄랜덤하우스와 계약한 데 이어, 올해에는 북미 최대 독립 만화 출판사로 꼽히는 세븐시즈 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로맨스 판타지부터 BL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 라인업을 단행본 형태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디지털 플랫폼에 한정됐던 웹툰 IP가 대형 출판사의 물류와 유통 채널을 타고 서점과 오프라인 이벤트로 확장되는 셈이다.
매출과 팬덤 충성도는 특히 BL 장르에서 두드러진다. 겨울 지나 벚꽃은 지난달 아마존 야오이 만화 카테고리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현재 4권까지 출간됐다. 웻샌드는 같은 카테고리 17위에 올랐고, 10월 출간된 디어도어는 8위에 안착했다. BL 독자층은 소장 욕구와 굿즈 소비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단행본과 굿즈를 결합한 전략이 매출과 랭킹 모두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온라인 성과는 오프라인 이벤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태피툰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애니메 NYC 2025 행사에서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웹툰 레이블 잉크로어를 통해 킹스메이커 영문판을 선공개했다. 현장에 마련된 클럽젬 부스에서는 킹스메이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돼 있다, 웻샌드 등 인기작의 한정판 굿즈를 단행본과 함께 선보였다. 현장에서 작품을 접한 관람객이 곧바로 실물 서적과 굿즈를 구매하는 구조를 마련해, 온라인 중심이던 태피툰 IP를 현지 대형 팬 행사로 끌어올린 셈이다.
콘텐츠퍼스트는 북미 시장의 소비 패턴을 고려한 단계적 확장 전략을 강조한다. 회사 측은 북미에서는 웹툰을 먼저 감상한 뒤 인쇄 단행본을 소장하는 흐름이 주류라며, 실물 단행본이 팬심을 증명하고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주요 매개체로 기능한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단행본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한 뒤, 이를 기반으로 굿즈 경험을 넓혀 가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어니스트 우 콘텐츠퍼스트 최고전략책임자는 북미 웹툰 시장의 치열한 트래픽 경쟁 속에서 단행본과 한정판 굿즈의 결합이 단순 부가 사업이 아닌 팬덤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에서는 웹툰 굿즈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태피툰의 큐레이션 역량과 현지화된 출판·유통 노하우를 결합하면 새로운 IP 수익 모델로 확장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단행본 연계 굿즈 전략이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팬덤 기반 수익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