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레이저 직구 주의하라”…식약처, 부당광고 376건 적발 파장
탈모와 무좀 치료 효과를 내세운 온라인 광고가 규제 사각지대를 파고들며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의료기기와 화장품, 의약외품의 경계가 흐려진 가운데, 규제당국이 대규모 온라인 점검에 나서며 경고음을 울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디지털 헬스케어·뷰티 커머스 시장 전반의 광고 관행을 되돌아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2일 탈모와 무좀 관련 치료·예방 효과를 과장하거나 불법 해외구매를 알선하는 의료기기, 화장품, 의약외품 온라인 부당광고 376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현행 관련 법령은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이나 의약외품이 의약품과 같은 치료·예방 효능을 표방하는 행위를 불법 판매 및 부당광고로 규정한다.

식약처는 문제 광고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주요 온라인 플랫폼사에 통보해 접속 차단을 요청했고, 반복 위반 사업자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와 지방식약청에 현장점검을 요구했다. 특히 의료기기 영역은 소비자단체와 업계 협회가 참여한 민관 합동 온라인감시단과 함께 집중 점검해 온라인 유통 구조 전반을 들여다봤다.
적발된 376건 가운데 의료기기 관련 부당광고가 25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탈모레이저, 무좀레이저 등 의료기기 불법 해외직구 알선 광고가 226건으로 80퍼센트를 차지했다. 정식 수입·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제품을 직구로 판매하거나 구매대행을 중개하면서,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효능을 주장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 절차를 위반한 사례도 12건, 일반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보이게 한 오인 광고도 21건 적발됐다.
레이저 탈모 치료기와 같은 가정용 의료기기는 정식 허가를 받을 경우 사용 목적, 사용 부위, 사용 시간 등이 허가사항에 명확히 기재된다. 식약처는 적발된 게시물 상당수가 이러한 허가 범위를 벗어난 효능을 강조하거나, 애초 의료기기로 등록되지 않은 제품을 치료기처럼 꾸미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제조사 제품을 직구 형태로 들여오는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국내 검증 과정이 생략돼 소비자 보호 공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총 77건의 부당광고가 걸려졌다. 탈모약, 무좀치료제 등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화장품을 의약품처럼 광고한 사례가 대상이다. 책임판매업체가 제작한 광고가 26건, 일반 판매업체가 게시한 광고가 42건, SNS 계정을 통한 광고가 9건이었다. 식약처는 책임판매업체 21곳에 대해 관할 지방식약청이 현장점검과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장품책임판매업체는 제품의 안전성, 품질관리, 표시·광고 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사업자다. 화장품법령에 따라 식약처장에게 책임판매업 등록을 마친 업체만이 유통을 맡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모 치료, 모발 재생, 무좀 개선 등 의학적 표현을 전면에 내세우는 광고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온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규제 준수 의식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외품 분야에서도 40건의 부당광고가 적발됐다. 무좀치료, 발톱재생 등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거나, 외용소독제 등 의약외품을 불법 유통하는 광고가 대상이다. 유형별로는 불법 해외 구매대행 광고가 30건으로 75퍼센트, 거짓·과장 광고가 10건으로 25퍼센트를 차지했다. 식약처는 반복 위반한 업체 2곳 등 관련 사업자에 대해 관할 기관이 현장점검을 실시하도록 요청했다.
온라인 기반 헬스·뷰티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품군별 규제 수준 차이를 악용한 광고 관행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 및 광고 사전심의 대상이며, 의약품·의약외품 역시 효능·효과 표현이 엄격히 관리된다. 반면 화장품은 미용·청결 목적에 한해 광고가 허용되는데, 최근에는 탈모 관리 샴푸, 두피 토닉 등 경계 제품이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의학적 치료와 단순 관리 기능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유사한 규제 공백과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탈모 치료기, 미용 의료기기 등에 대해 허가 범위 외 효능을 광고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소셜미디어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확산으로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구조는 비슷하다. 국내에서도 가정용 레이저 기기, 두피 관리 디바이스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규제 체계 정비와 소비자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식약처는 소비자에게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해외직구로 구매한 의약외품과 의료기기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 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소비자는 구매 전 의료기기안심책방과 의약품안전나라 누리집에서 해당 제품이 정식 허가·심사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당국은 앞으로도 국민 관심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유통 환경 점검을 강화하고, 불법유통 및 부당광고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의료기기·화장품·의약외품 판매가 일상화된 만큼, 산업계의 자율 준수와 감시 체계 고도화, 소비자 교육이 함께 이뤄질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단속 기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합리적 기준과 투명한 광고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