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엇박자, 효능감 떨어뜨려"…이건태, 정청래 견제하며 최고위원 출마
당정 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친명계의 견제가 노골화했다. 내년 1월 11일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명계와 정청래 대표 측이 맞부딪치며 이른바 명청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변호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출마 회견에서 "당심·민심·통심이 이건태로 통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당 지도부 진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 의원은 정청래 대표를 겨냥해 당정 엇박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정부와의 엇박자로 이재명 정부가 이루고 있는 성과에 대한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가는데 당이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속도를 못 맞춰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보폭을 맞추지 못해 국정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출마 회견장에는 친명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동석해 세 결집에 나섰다. 회견장은 '직통! 명통!'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로 채워졌고,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박찬대 전 원내대표,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의원, 수행실장을 맡았던 김태선 의원 등이 자리했다. 명심을 앞세워 8월 2일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와 경쟁했던 박찬대 의원까지 나서면서 친명계가 이 의원을 전면 지원하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찬대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원활한 소통으로 지도부가 화합해 한 목소리를 내도록 할 적임자라는 생각에 옆에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도부 내 커뮤니케이션과 당정 조율능력을 강조하며 이건태 카드에 힘을 실은 것이다.
앞서 친명계 원내외 모임인 혁신회의의 공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도 지난 9일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유 위원장은 당시 정청래 대표의 당 운영을 비판하며 친명계의 최고위원 진입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로써 친명계는 원내와 원외를 아우르는 후보군을 전면에 세우며 지도부 구도 재편을 시도하는 형국이 됐다.
정청래 대표 측도 맞대응 채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 대표를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 당 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인 임오경 의원, 이성윤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친정계 인사들이 최고위원 경선에 합류할 경우 선거판은 친명 대 친정 구도로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내년 8월까지 잔여임기를 채울 최고위원 3명을 선출하는 자리다. 형식상 보궐선거이지만, 1인1표제 좌초 논란과 맞물리면서 정청래 대표 체제에 대한 당내 재신임 성격을 띠게 됐다. 친명계는 당정 엇박자와 지도부 소통 부재를 문제 삼으며 정 대표를 압박하고 있고, 정 대표 측은 기존 노선을 유지하며 지도부 안정론을 내세우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당정 관계의 방향과 더불어민주당 권력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지도부 보궐선거가 친명과 정청래 대표 간 세력 대결로 비화하면서, 정치권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질 당내 갈등 수위와 정국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보궐선거를 마무리한 뒤 차기 전당대회 일정과 지도부 구성 방향을 둘러싸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