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은 물타기"…더불어민주당, 경찰수사 강조하며 방어 태세 전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더불어민주당은 경찰 수사를 앞세우며 특검 공세를 "물타기"로 규정하고 신중한 대응 기조를 취하고 있다. 다만 여권 인사 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당 내부에선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통일교 측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자당 인사들의 이름이 연이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의원에 이어 다른 인물들까지 거론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는 야권의 특검 압박을 차단하는 데 우선 힘을 싣는 모습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소속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수수 연루 의혹과 관련해 "현재는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그것을 함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수사 주체로는 경찰 국가수사본부를 명시하며, 기초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동시에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물타기,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일축한다"며 "그렇게 주장하는 인사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본인들의 경우를 돌아보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통일교 의혹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을 정조준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공세를 역으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되받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검 논의가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에서 "지금 특검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1차적으로 지금은 국가수사본부의 엄정한 수사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야가 맞붙은 특검 공방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분간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사태의 파급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통일교와 정치권의 연결 고리가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상황까지 소급 거론되는 가운데, 여권 인사로 지목되는 이름이 늘어나는 점을 지도부도 긴장 속에 주시하고 있다. 섣부른 특검 수용은 물론, 강경 대응 역시 자칫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려 전략 수립을 어렵게 하는 국면이다.
여론 흐름도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한국갤럽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6%,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40%로 나타나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해당 조사는 한국갤럽이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접촉률 45.5%, 응답률 11.5%다. 통일교 의혹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린 지지율 하락이어서, 당·정의 개혁 동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의혹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이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일부 내각 인사를 둘러싸고 야당의 해임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통일교 문제를 둘러싼 정쟁이 장기화할 경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모두 '통일교 블랙홀'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성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혁 입법 기조에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대표는 이날 사법개혁 관련 현안을 언급하면서 "보완할 것은 보완할 것"이라고 밝히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언론계와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대해온 허위정보근절법에 대해서도 "더욱 완벽히 다듬겠다"고 말했다. 통일교 의혹이 국정과 입법을 둘러싼 여론 지형을 흔들고 있는 만큼, 논란 소지가 큰 개혁 법안에 대해선 조정 여지를 남겨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내년 지방선거 일정도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다. 수사와 재판이 통상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통일교 의혹이 지방선거 국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조기 차단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성급한 방어 논리가 나중에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날 경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략 수립에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당 투톱이 이날 공개 회의에서 통일교 의혹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도부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공식석상에서는 언급을 자제하면서, 비공개 라인에서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당 내부에선 보다 과감한 선제 조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일교의 검은 손이 민주당에도 뻗쳐왔다면 먼저 강하게 수사해서 국민에게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연루 의혹이 확인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검증과 책임 조치를 통해 정치 불신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특검 공방이 당분간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향후 국회 일정과 연계한 특검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통일교 의혹 대응과 사법개혁, 허위정보근절법 처리 방향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