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중립 수준 근접”…미국 연준, 0.25%p 인하에 글로벌 자금 흐름 재편 주목
10일(현지시각) 미국(USA)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와 미국 국채 금리가 동반 하락했다. 이번 통화정책 조정은 고용 둔화 조짐 속에서 물가와 성장 사이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과 환율·채권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연준은 현지시각 기준 1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25bp(1bp=0.01%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9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 연속 0.25%포인트 인하다. 연준은 정책 결정문에서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설명하는 대목에 ‘정도와 시기’라는 표현을 새로 넣어 추가 완화에 더욱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9월 이후 단행한 정책 조정으로 통화정책이 중립 수준 추정치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들어왔다”며 “앞으로의 경제 상황 변화를 지켜보기에 양호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는 “노동시장이 점진적으로 냉각돼 왔다”고 평가하면서 고용 측면에서 뚜렷한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고용 둔화 우려가 인하 기조 지속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뉴욕 증시는 통화완화 기조 유지에 안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10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97.46포인트(1.05%) 오른 4만8,057.75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6.17포인트(0.67%) 상승한 6,886.68을,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77.67포인트(0.33%) 오른 2만3,654.16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급격한 긴축 재개보다는 점진적 인하와 중립 수준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인식이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하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뉴욕 증시 마감 무렵 4.15%로 전장보다 3bp 내렸다. 통화정책 변화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3.55%를 기록해 전장 대비 7bp 떨어지며 단기물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단기 금리 하락은 연준의 인하 기조와 단기 국채 매입 계획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연준은 이번 결정에서 지급준비금을 “현재의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단기 국채 매입을 개시하겠다고 밝히며 유동성 관리 로드맵도 제시했다. 앞서 연준은 12월부터 양적긴축(QT)을 중단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저당증권(MBS) 상환 자금을 미국 재무부 단기 국채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이번 단기 국채 매입 결정은 QT 중단과 재투자 전략을 구체화하며, 자산구성의 무게중심을 단기 국채 쪽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뚜렷한 약세로 돌아섰다. 유로화를 비롯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표인 달러인덱스(DXY)는 미국 동부시간 오후 6시30분 기준 98.978로 전장보다 0.44% 하락했다. 낙폭 기준으로 지난 9월 16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달러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원자재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달러 매도와 위험자산 선호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국제 유가도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58.46달러로 전장 대비 0.4% 상승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대형 유조선을 억류했다는 소식이 공급 차질 우려를 자극해 유가를 떠받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화완화 기대 속 원유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유지되는 점도 유가 지지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의 신중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내년 금리 경로에 대한 기존 예상은 크게 바꾸지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뉴욕 증시 마감 무렵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을 52%로 반영했다. 전날 같은 시점 기준 이 확률은 54%였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단기적으로 추가 인하보다는 현재 수준 유지에 무게를 두는 시장 시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국채 수익률 하락은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금 흐름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일부 국가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통화 강세와 자산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여지가 있는 반면, 수출 경쟁력과 경상수지 구조에 따라 국가별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속도 조절과 노동시장 둔화를 예의주시하며 자국 통화정책 조정 폭과 시점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연준의 행보를 둘러싸고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고용 둔화가 심화되면 추가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물가 반등이나 금융 불안 신호가 감지될 경우 인하 속도 조절이나 중단이 논의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의 다음 회의와 향후 경제 지표를 주시하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비중 조정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번 조정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균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