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속터미널 재개발에 상한가…동양고속, 부동산 테마에 품절주 랠리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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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속 주가가 강남 고속터미널 재개발 기대감에 급등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초고층 주상복합 랜드마크로 재개발하는 방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동양고속이 보유한 자산 가치와 터미널 운영사로서의 잠재 수혜에 대한 베팅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테마 수급에 따른 급변동 장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실적과 재무 구조 등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향후 투자 전략이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동양고속 주가는 장중 기준 16,44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29.96% 급등했다.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상한가에 도달한 것으로, 20일 이동평균선과의 이격도가 크게 벌어지며 단기간 과열 신호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이어졌던 박스권 흐름을 완전히 돌파하고 신고가 영역에서 매물 소화 과정을 진행 중이라는 평가다.

[특징주 분석] 고속터미널 재개발 재점화… 동양고속 부동산 테마 거래 집중 현상
[특징주 분석] 고속터미널 재개발 재점화… 동양고속 부동산 테마 거래 집중 현상

주가 흐름을 시점별로 보면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극적인 변동성이 관측된다.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9,000원대였던 주가가 단숨에 고공행진을 펼쳤고, 이후 투자경고종목 지정 영향 등으로 11월 26일과 28일에는 조정을 거치며 숨 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12월 2일 다시 상한가를 기록하며 재차 급등에 불을 붙였고, 시장에서는 재개발 관련 추가 뉴스 플로우가 단기 방향성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번 랠리를 이끄는 핵심 재료는 강남 고속터미널 재개발 이슈다. 서울시와 신세계백화점 등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초고층 주상복합 형태의 랜드마크로 개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토지 지분 가치와 유통·교통 결합 개발에 따른 잠재 수익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강남권 핵심 입지인 만큼, 재개발이 구체화될 경우 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보유한 운송사들의 자산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구조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외국인은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이 기간 약 3만 주 이상을 시장에 내놓았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 물량이 꾸준히 출회되는 가운데 기관의 참여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을 중심으로 한 테마성 매수세가 외국인 매물을 대부분 받아내며 주가를 밀어 올리는 전형적인 개별 테마주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종 업계와 비교할 때 동양고속은 시가총액 476억 원으로 코스피 1414위에 해당하는 소형주다. 렌터카와 카셰어링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렌탈의 시가총액 1조 1,546억 원, 쏘카의 3,803억 원과 견주면 체급 차이가 크다. 상장주식수는 약 290만 주에 불과해 유통 물량이 적은 품절주 성격을 띤다. 외국인 지분율도 0.79%로 업계 평균 대비 낮아, 글로벌 자금보다는 국내 단기 자금에 의한 수급 변화가 주가에 민감하게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재무 구조와 밸류에이션을 보면 자산 가치와 수익성 사이의 괴리가 확인된다. 동양고속의 PBR은 0.48배 수준으로 장부가치 대비 저평가 구간에 있어 전통적인 자산주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반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한 데다 2024년 예상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권이 예상되는 등 실적 측면에서는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부채비율은 208%로 높아졌지만 유보율은 250%대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당장 현실화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병존한다. 시장에서는 결국 현재 주가 수준이 본업의 이익 개선보다는 보유 자산의 잠재 가치에 대한 기대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고 본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이슈 자체는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수년간 반복적으로 언급돼 온 만큼 피로감도 일부 존재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 기조 변화와 맞물려 구체적인 층수, 용도, 개발 방식 등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파급력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강남 핵심 지역 대형 부지의 개발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관련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자산 재평가 논리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상태다.

 

다만 기대감의 이면에는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동양고속 측에서 재개발과 관련한 확정 공시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는 뉴스에 연동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11월 24일 동양고속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 것 역시 단기 과열과 가격 급변에 따른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경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수익 창출 구조나 사업 참여 범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펀더멘털과 괴리되는 구간에 진입할 경우, 재료 소멸 시점에 되돌림이 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동일 업종 내에서는 천일고속과의 동조화 현상도 눈에 띈다. 천일고속 역시 고속터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동양고속과 함께 재개발 수혜주로 묶이며 이른바 재개발 테마 듀오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렌터카·카셰어링 사업 위주의 롯데렌탈, 쏘카 등은 이번 이슈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아 비교적 독자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운송 업황 회복 기대보다는 터미널 재개발이라는 부동산 테마가 주가를 이끌고 있는 구조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향후 투자 전략의 관건은 단기 변동성 관리와 중장기 재개발 진행 속도다. 기술적으로는 상한가가 형성된 16,400원 부근 안착 여부가 단기 분수령으로 거론된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경우 11월 말 조정 구간에서 형성된 12,000원 선이 1차 지지 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 시계에서는 재개발 계획의 확정 고시, 인허가 진행 상황, 구체적인 사업 일정과 동양고속의 참여 구조 등이 추세 지속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전고점 경신 시도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으나, 추가 모멘텀 부재 시 20일 이동평균선 인근까지의 가격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병존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급등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동양고속은 유통 주식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 유입에도 시세가 크게 요동칠 수 있고, 투자경고종목 지정에 따른 신용·미수 거래 제한 등 각종 거래 제약이 동반될 수 있다. 또한 대형 재개발 사업 특성상 인허가와 이해관계 조정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 뉴스 흐름에만 의존한 매매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가치 변화와 함께 본업인 운송 사업의 실적 회복 여부를 병행 점검하는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속터미널 재개발 논의와 관련 공시, 운송 수요 회복 흐름 등이 맞물려야 동양고속의 주가 흐름이 보다 안정적인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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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속#서울고속버스터미널#천일고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