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스크롤로 돌아온 스킵과로퍼" 네이버웹툰, 글로벌 IP전략 가속
세로 스크롤 웹툰 포맷이 출판 만화와 애니메이션 IP 유통 구조를 바꾸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청춘만화 스킵과로퍼를 컬러 스크롤 웹툰으로 독점 공개하며 글로벌 IP 리포맷 전략을 본격화했다. 단행본 중심이던 인기작을 모바일 최적화 포맷으로 전환해 이용 시간을 늘리고, 구독·굿즈·리워드까지 결합한 수익 모델을 강화하려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출판·영상 IP가 세로 스크롤을 전제로 제작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웹툰은 타카마츠미사키 작가의 학원 청춘 만화 스킵과로퍼를 네이버웹툰 매일플러스와 네이버시리즈에서 컬러 스크롤 웹툰 형태로 독점 서비스한다고 12일 밝혔다. 스킵과로퍼는 지방 출신 소녀 이와쿠라미츠미가 도시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2020년 일본 만화대상 3위를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애니메이션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고, 2기 제작이 확정된 가운데 한국에서는 팝업스토어와 작가 사인회 등으로 팬덤이 확장된 상태다.

이번 서비스는 기존 단행본 페이지를 단순 디지털화한 수준을 넘어, 모바일 세로 스크롤 환경에 맞춰 컷 구성과 색감, 연출 타이밍을 재구성하는 리포맷 방식으로 진행된다. 출판용 흑백 페이지를 디지털 컬러 스크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장면 전환, 클로즈업, 여백 비주얼을 재배치해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고정된 페이지 단위 소비에서 연속 스크롤 기반의 장면 설계로 바꾸면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이용자 데이터 분석 정밀도도 높아지는 구조다.
네이버웹툰은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네이버시리즈에서 단행본 12권을 선공개하고, 단행본 1권 무료 감상, 낱권 10퍼센트 할인, 할인 세트 등 30일간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분할본은 14일간 매일 오후 10시에 무료로 공개해 진입 장벽을 낮췄고, 같은 기간 단행본 구매 고객 100명을 추첨해 굿즈 세트를 증정한다. 작품을 감상한 독자에게 쿠키 리워드도 지급해 읽기 경험과 결제 전환을 연동한 구조를 설계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네이버웹툰과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추진 중인 글로벌 IP 리포맷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두 회사는 기생수, 지옥락, 촌구석아저씨검성이되다 등 일본 원작을 포함한 다양한 IP를 한국어·일본어·영어 등 다국어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서비스해왔다. 일부 작품은 일본·북미·프랑스 등 주요 시장에서 동시 전개되며, 지역별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데이트 주기와 편집 연출을 조정하는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일본 농구 만화의 대표작인 슬램덩크신장재편판이 네이버웹툰에서만 한정 세로 스크롤 포맷으로 제공되며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 장기간 축적된 팬덤을 가진 종이 만화가 모바일 세대에 다시 소비되는 데 세로 스크롤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출판 단행본과 디지털 세로 스크롤이 공존하면서, 원작사는 추가 로열티와 신규 이용자층 확보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전통 코믹스 출판사 다크호스가 위쳐, 사이버펑크2077, 코라의전설, 크리티컬롤마이티나인오리진스 등 기존 그래픽노블 기반 IP를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영어 플랫폼을 통해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선보이고 있다. 미국 출판사 IDW도 고질라, 소닉더헤지혹, 아무도보지않는나무아래 등 자사 타이틀을 세로 스크롤 포맷으로 재구성하며 협업 폭을 넓히고 있다. 종이 코믹스의 패널 구조를 분해해 스마트폰 화면에 맞게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컷 사이 간격, 텍스트 크기, 터치 인터랙션 설계가 핵심 기술 요소로 부상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월 월트디즈니컴퍼니와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디즈니·마블·스타워즈·20세기스튜디오 대표 IP 약 100편을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어메이징스파이더맨, 어벤져스, 스타워즈, 에이리언, 아주오래된이야기, 프레데터데이오브더헌터 등이 서비스되고 있으며, 기존 코믹스의 연속 패널을 모바일 시청 행태에 맞춘 에피소드 단위로 재편성하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세로 스크롤 웹툰은 화면 비율과 시선 이동이 수직으로 고정되는 만큼, 알고리즘 추천과 A B 테스트에도 유리하다. 컷 위치와 길이에 따라 이탈률, 완독률, 결제 전환율을 정밀 분석할 수 있어, 플랫폼은 해당 데이터를 차기 시즌 제작과 IP 확장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이 스킵과로퍼 같은 스토리 중심 청춘물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장기 연재와 파생 굿즈, 영상화 협업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국 빅테크와 일본 출판사, 유럽 출판 그룹들이 각기 디지털 코믹스 전략을 추진 중인 가운데, 세로 스크롤 웹툰을 중심에 둔 플랫폼은 아직 제한적이다. 일본이 스마트폰 만화 앱을 통해 세로 스크롤과 세로 읽기 혼합 모델을 실험하는 반면, 북미에서는 전통 페이지 기반 디지털 코믹스가 여전히 주류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웹툰과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디즈니, 다크호스, IDW 등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세로 스크롤을 글로벌 표준 유통 포맷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출판 만화의 세로 스크롤 리포맷이 저작권 계약 구조와 수익 배분 모델에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용자별 시청 시간과 인터랙션 지표를 기반으로 로열티 정산을 세분화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가별 심의와 저작권 법제가 종이책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장면 편집과 재구성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두고 신규 가이드라인 논의도 불가피해 보인다.
네이버웹툰은 앞으로도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을 확대해 IP 재해석과 유통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킵과로퍼와 같은 인기 원작이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성공적인 안착 사례를 늘려갈 경우, 출판과 영상 산업 전반에서 기획 단계부터 웹툰 포맷을 전제하는 흐름이 뚜렷해질 수 있다. 산업계는 모바일 시대의 표준 스토리텔링 포맷 경쟁 속에서, 누가 전 세계 이용자의 손 안 화면을 선점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