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나노 세번째 도전”…이노스페이스, 민간발사 시대 연다
우주발사체 기술이 정부 중심에서 민간 주도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국내 스타트업이 세번째 상업 발사 도전에 나선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첫 상업 발사체 한빛나노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초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는 임무를 맡는다. 기술적 완성도와 운용 신뢰성을 동시에 검증하는 시험대라 소형위성 발사 시장 진입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사를 한국 민간 발사 서비스 산업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에 따르면 한빛나노는 한국 시간 23일 오전 3시 45분, 브라질 공군 산하 알칸타라 우주센터 내 자사가 구축한 발사 플랫폼에서 재발사를 시도한다. 현지 시각으로는 22일 오후 3시 45분이다. 우주 물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는 발사충돌평가 LCA 결과가 반영되면서 발사 일정이 최종 승인됐다. 이번 발사는 설정된 발사 윈도우 안에서 이뤄지는 마지막 시도다.

가장 큰 변수는 기상이다. 브라질 현지에는 비 예보가 나와 있어 구름 높이, 강수, 바람 세기 등에 따라 발사 시간이 유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현재 알칸타라 지역은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막 시작되는 시점으로, 구름과 강수 패턴이 급변하는 까다로운 계절이다. 발사체 엔진 화염과 배기가스가 안정적으로 분산돼야 하고, 번개 위험도 통제해야 해 기상 요건 충족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이노스페이스가 설정한 발사 윈도우 안에 한빛나노를 쏘아 올리지 못하면 다음 슬롯은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발사장은 브라질 알칸타라 외에도 호주의 에쿼토리얼 론치 호주와 서던론치 발사장 사용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발사 지점을 다변화해 궤도 선택권을 넓히고, 각 발사장 기상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빛나노는 90킬로그램 이하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로 설계됐다. 이노스페이스는 액체 연료와 고체 연료 특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해 구조를 단순화하고 발사 비용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연료와 산화제를 서로 다른 상태로 두기 때문에 연소 제어가 비교적 용이하고, 기존 액체발사체 대비 시스템 구성이 단순해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스페이스워드 임무에서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고객 위성을 상업적으로 발사하는 데 도전한다. 목표 궤도는 고도 300킬로미터, 경사각 40도의 지구 저궤도 LEO다. 한빛나노는 고객 위성을 목표 궤도에 투입하는 동시에 실험용 탑재체 운용까지 병행한다. 발사와 궤도 투입, 위성 분리, 탑재체 구동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검증 프로젝트다.
한빛나노 발사는 이미 두 차례 시도가 이뤄졌다. 첫 발사는 18일 한국 기준, 현지 기준으로 17일에 준비됐으나 최종 점검 단계에서 1단 산화제 공급계 냉각장치 이상이 포착돼 중단됐다. 산화제 공급계는 엔진 연소 효율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계통으로, 냉각 이상 상태에서 무리하게 발사할 경우 연소 불안정과 추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부품 교체와 재점검을 위해 발사 일정을 연기했다.
두번째 시도는 20일 한국 기준, 현지 기준 19일 진행됐으나 발사체 전원 공급과 상단 탱크 계통 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이 잇따라 발견됐다. 먼저 지상 전력 공급계 이슈로 발사 준비가 한차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이후 2단 액체 메탄 탱크에 장착된 배출 밸브가 간헐적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관측되면서 발사가 다시 중단됐다. 상단부 압력 제어 장치인 이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 작동 불량을 일으키면 탱크 내부 압력이 계속 상승해 구조 손상이나 파열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 규정상 발사 강행이 불가능하다.
이노스페이스는 문제를 일으킨 배출 밸브를 예비품으로 교체하고, 관련 계통 점검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한다. 반복된 연기에도 즉흥적인 발사 강행 대신 보수적인 안전 기준을 적용한 점은 향후 상업 서비스 신뢰도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발사체 사업 특성상 초기 시험 단계에서의 잦은 연기와 중단은 해외 업체들의 사례에서도 반복돼 왔다.
국내 우주 산업 구조 측면에서 한빛나노 발사는 의미가 크다. 누리호 발사 성공이 한국형 발사체를 독자 개발하고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 자립을 증명했다면, 한빛나노는 정부 지원 사업이 아닌 민간 기업이 독자 기획과 투자, 고객 확보를 통해 수익 모델을 검증하는 첫 상업 발사에 해당한다.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한국 민간 사업자가 글로벌 스타트업과 같은 출발선에 서는 계기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특히 소형 위성 시장이 급성장하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 지구 관측, 군사·안보, 우주 인터넷 용도로 수백 킬로그램 이하급 위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형 발사체의 여유 공간에 탑승하는 이른바 리드셰어 방식은 원하는 궤도와 발사 일정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초소형 위성만 전용으로 싣는 발사체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하이브리드 엔진을 결합해 발사 단가를 낮춘 구조를 내세우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민간 발사 스타트업들이 이미 소형 발사체를 앞세워 상업 계약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에서는 정부 주도 발사체와 민간 상업 발사체가 병존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빛나노의 성과에 따라 후속 민간 발사체 프로젝트와 민간 주도의 위성·데이터 서비스 혁신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빛나노의 성공 여부가 단기 매출 성과보다 한국 우주 산업의 역할 분담 구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국가 주도 대형 발사체와 민간 소형 발사체가 서로 다른 수요를 나눠 맡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브라질 알칸타라 상공을 향한 한빛나노의 세번째 도전이 실제 상업 발사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