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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국회 외면했다"…쿠팡 김범석,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 또 불참 논란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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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싸고 국회와 쿠팡 경영진이 정면 충돌했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책임 규명을 압박하는 가운데, 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국회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오는 17일 예정된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과방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의 박대준 전 대표와 강한승 전 대표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3천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가적 참사 앞에서 쿠팡 책임자들은 국민과 국회를 외면하고 줄행랑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 차원의 조직적 책임 회피,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이자 국회를 기만하는 태도"라고 규정하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제도 개선 추진 방침도 함께 내놨다. 이들은 "대규모 플랫폼의 경영진이 반복적인 사고와 책임 회피를 구조적으로 할 수 없도록 지배구조 책임 강화, 출석 의무 강화, 해외 체류 책임자에 대한 대응 체계 마련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 경영진에 대한 국회 출석 의무와 책임 범위를 법제화하겠다는 취지다.  

 

과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도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 전 대표, 강한승 전 대표의 불출석 사유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민희 의원은 "하나 같이 무책임한, 인정할 수 없는 사유들"이라며 "과방위원장으로서 불허한다. 과방위원들과 함께 합당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사유서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하다"고 적었다. 국회 청문회보다 해외 비즈니스 일정을 우선한 판단에 대해 국회 안팎에서는 공적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도 공세에 가세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 안보 위기를 초래한 쿠팡 책임자들이 청문회를 피할 궁리만 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무책임에 대한 더 큰 국민적 분노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형두 의원은 또 "쿠팡 경영진으로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나"라고 지적하며 "회피용 불출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가 모두 쿠팡 최고 경영진의 국회 출석을 촉구하고 있어 향후 강제 동행 요구 등 추가 압박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대준 전 대표는 사유서에서 지난 10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점을 언급하며 "현재 쿠팡의 입장을 대표해 청문회에서 증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강한승 전 대표는 "사고 발생 전인 5월 말 쿠팡 대표이사 사임을 발표한 이후 관련 업무에서 모두 손을 떼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직 대표라는 이유로 현재 경영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경영진 교체 여부와 별개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만큼 당시 책임자들의 국회 출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범석 의장은 이달 2일과 3일 열린 과방위와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도 모두 불출석했고, 그 이전 국정감사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책임 회피 비판이 누적돼 왔다.  

 

국회 과방위는 17일 예정된 청문회 일정을 유지한 채, 쿠팡 측의 입장 변화 여부를 지켜보면서 출석 강제 방안과 추가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쿠팡 경영진의 태도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플랫폼 기업 책임 강화와 개인정보 보호 체계 개편 입법을 본격 검토할 계획이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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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쿠팡#국회과방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