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빛 물줄기, 감귤 향 가득”…제주 서귀포에서 만나는 깊은 가을의 하루
요즘 제주 서귀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설렘을 품고 바다와 산의 풍경을 좇아가는 이들은, 그곳에서 자연의 신비와 섬만의 독특한 미식, 감귤밭 속 소박한 여유까지 새롭게 만난다. 예전에는 관광버스와 단체 여행의 상징이던 이곳, 지금은 오롯이 일상의 쉼표를 찾으려는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서귀포의 가을 여행은 천제연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라산 자락 아래, 비취빛 소와 세 단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일상에 고단했던 마음까지 말끔히 씻어내는 듯하다. 꼭대기 다리에 오르면 물안개가 은은하게 흐르고, 사진 너머로도 전해지는 고요가 찾아온다. “웅장한 폭포 아래 서면 고민마저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고 여행객 김지연 씨는 느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가을, 서귀포 주요 자연 명소와 카페를 방문한 3040세대 여행객 비율이 5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그만큼 자연의 여유와 특별한 체험, 그리고 새로운 미식에 몰입하려는 흐름이 커졌다.
서귀포 미식의 면면도 깊어진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 콘페티에서는 넓은 창 너머 펼쳐진 제주 바다를 감상하며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직접 제면하는 중문우동한그릇에서는 쫄깃한 사누끼 우동과 제주 흑돼지로 우린 카레 한 그릇이 여행 피로마저 달래준다. 음식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셰프들은 “여행객들이 음식 한 점에 제주 바다의 풍경과 정성을 함께 담아가길 바란다”고 고백했다.
특별한 체험이 궁금하다면 감따남에서 감귤을 직접 따보고, 싱그러운 농장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는 시간도 인기다. 취향에 따라 감귤 디저트나 반려견과의 산책을 즐기기도 하고, 아이들은 흙냄새 가득한 밭에서 달콤한 귤을 한 입에 넣는다. “감귤밭에서의 한때가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 같다”는 부모들의 반응도 이어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을 서귀포에는 뭘 해도 힐링이다”, “혼자라도 괜찮은 여정, 맛집부터 감귤밭까지 다 챙기고 왔다”는 다양한 후기가 SNS에 쏟아진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일상의 시간이 되고, 가족 여행이든 혼자만의 여행이든 자신만의 속도로 서귀포를 누비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자리 잡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귀포의 자연과 음식, 체험은 잠시 내려놓았던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준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