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카플레이는 막고 애플뮤직은 연동”…GM, 빅테크 플랫폼 견제 속 소비자 반발 완화 시도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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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6일, 미국(USA)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차량 인포테인먼트 전략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변화를 내놓았다. 소비자 반발을 불러온 ‘탈애플’ 기조를 부분 수정해 애플뮤직 앱 연동을 허용하면서도, 애플 카플레이 차단 방침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가 차량 내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두고 각을 세우는 흐름 속에서 나온 조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GM은 최근 애플과 협약을 체결하고, 현지시각 기준 15일부터 캐딜락과 쉐보레 브랜드의 최신 모델에서 애플뮤직 연동을 시작했다. 해당 차량 소유자는 GM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온스타(OnStar)’를 통해 애플뮤직에 접속할 수 있으며, 일부 캐딜락 고급 차종에서는 영화관 수준의 입체 음향을 표방하는 ‘공간음향’ 기능도 이용 가능하다.

GM, 소비자 반발에 ‘애플뮤직’ 차량 연동 허용…카플레이 차단 기조는 유지
GM, 소비자 반발에 ‘애플뮤직’ 차량 연동 허용…카플레이 차단 기조는 유지

GM은 2023년부터 아이폰 기반 차량 연결 서비스인 애플 카플레이를 신차에서 단계적으로 차단해왔다. 차량 내 디스플레이와 제어권을 자사 시스템에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GM은 자율주행과 운전 보조,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외부 운영체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전면적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카플레이 차단 이후 북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편과 반발이 상당했다. 블룸버그는 일부 고객이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GM 차량은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불매 움직임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카플레이에 익숙해진 운전자 입장에선 내비게이션, 메시지, 음악 앱을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쓰지 못하는 점이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반응은 GM의 판매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자동차 전문 매체 ‘더트루스어바웃카즈(The Truth About Cars)’는 GM의 애플뮤직 연동 허용이 카플레이 차단 정책으로 인한 시장 타격을 줄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핵심 플랫폼 통제권은 유지하되, 인기 콘텐츠는 선별적으로 도입해 소비자 불만을 완화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GM은 이번 조치를 통해 캐딜락과 쉐보레에서 먼저 애플뮤직을 지원한 뒤, 향후 뷰익과 GMC 등 다른 브랜드로도 연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온스타 기본형 구독 상품 가입 고객에게는 음악 스트리밍에 필요한 데이터 통신 비용을 최대 8년간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독형 혜택을 덧붙여 차량 구매 후에도 자사 인포테인먼트 환경에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묶어두려는 구상이다.

 

다만 GM은 애플 카플레이 자체와의 연결은 계속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애플뮤직은 온스타를 통해서만 접근하도록 설계해, 차량 디스플레이와 주요 기능 제어권을 애플 운영체제나 외부 인터페이스에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GM은 2028년 무렵까지 모든 차량에서 카플레이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로드맵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근 음악 감상과 내비게이션을 넘어 운전자 주행 데이터 수집, 운전 보조,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까지 결합되면서 완성차 업체의 핵심 경쟁 무대로 부상했다. 차량이 하나의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누가 운영체제와 앱 스토어, 데이터 수익 모델을 장악하느냐가 수익성과 브랜드 충성도에 직결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 GM의 플랫폼 고집은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 역시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고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만 허용하면서, 그 안에서 애플뮤직 등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GM의 행보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외부 플랫폼 진입은 제한하되,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콘텐츠는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의존해 온 소비자의 반감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 미국 기술 매체들은 “많은 운전자가 차량을 선택할 때 카플레이 지원 여부를 중요한 요소로 본다”며 GM의 선택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선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완성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제어권을 확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사용성 저하는 불가피한 과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량 내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빅테크 규제 흐름과 맞물려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GM이 애플뮤직 연동이라는 부분 조정을 통해 소비자 반발을 완화하는 동시에, 카플레이 배제라는 전략 방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제사회와 업계는 완성차와 빅테크 간 주도권 다툼 속에서 차량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어떤 균형점에 도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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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애플뮤직#애플카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