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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참의료인상…임선영·삼성서울병원, 의료봉사 모범 제시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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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장기적인 진료 봉사가 공공의료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24년째 이어지는 한미참의료인상이 올해도 현장 중심의 인도주의 의료 활동을 조명했다. 상업적 의료서비스와 고난도 첨단의료에 집중되는 국내 의료 환경 속에서, 일선에서의 지속적인 무료 진료와 건강 교육이 사회적 약자 보호와 글로벌 보건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상이 민간 차원의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 논의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약품그룹은 2002년 서울특별시의사회와 함께 제정한 한미참의료인상 제24회 수상자로 임선영산부인과의원 임선영 원장과 삼성서울병원 한가족의료봉사회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시상식은 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렸으며, 개인과 단체 수상자에게 각각 상금 2500만원과 상패가 전달됐다. 한미참의료인상은 매년 지역과 국경을 넘나들며 의료 사각지대에서 활동해 온 의료인을 발굴해, 의료계의 봉사 문화를 확산하는 대표 시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개인 부문 수상자인 임선영 원장은 1986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꾸준히 사회적 약자 진료에 헌신해 왔다. 특히 여성노숙인 시설 영보자애원에서 수십 년간 정기 진료 봉사를 이어오며, 제도권 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 여성에게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개원 이후에는 성범죄 피해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진료를 지속하며, 정신적 트라우마와 신체적 치료가 동시에 요구되는 복합 영역에서 맞춤형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임 원장은 진료실 밖에서도 사회적 약자 지원 활동을 계속해 왔다. 서울시립 여성노숙인 및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의료 지원을 펼치는 한편, 지역 청소년성문화센터와 연계해 다양한 연령대 여성을 대상으로 성교육과 여성 건강 교육을 진행해 왔다. 또 지역 검찰청 의료자문위원 활동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도 참여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임상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결합한 참의료인의 롤모델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체 부문 수상자인 삼성서울병원 한가족의료봉사회는 병원 개원과 함께 출범해 약 30년 동안 국내외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봉사회는 의료 인력과 장비, 약품을 조직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민간 공공의료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병원 중심 봉사 모델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21개 시설에서 약 3만5000명에게 무료 진료와 건강검진, 보건교육을 제공했다.

 

해외 활동도 두드러진다. 한가족의료봉사회는 아시아와 중남미 등 13개국에서 4만명가량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를 진행하며, 기초 진료와 만성질환 관리, 예방 중심 보건교육을 병행해 왔다. 특히 현지 보건 인력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지역 의료체계 구축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는 감염병 확산과 기후변화로 만성질환 부담이 커지는 글로벌 환경에서 민간 주도의 국제보건 역량을 축적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봉사회는 단기 진료에 그치지 않고, 해외 봉사 현장에서 발견된 중증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고난이도 수술과 집중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단체 기부금을 활용해 치료비를 지원하며 지금까지 총 10명의 환자에게 국내 의료시스템을 활용한 근본적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첨단 의료기술과 대형병원의 수술 역량을 국제 공공재 형태로 확장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료 접근성 격차 완화의 모범으로 거론된다.

 

이번 수상은 첨단 의학과 공공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 국내 의료계 흐름과도 맞물린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제·사회적 요인으로 제도권 의료에서 배제되는 계층을 민간이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장기적이고 구조화된 봉사 모델은 공공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채우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진료 등과 결합한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는 시상식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헌신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탱한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한미참의료인상이 기술집약적 의료 경쟁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강화라는 또 다른 축을 부각시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수상이 민간 의료기관과 제약사가 참여하는 공공의료 생태계 확장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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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한가족의료봉사회#한미참의료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