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일상 속 친구”…서울AI재단, 시민 인식 전환 확인
인공지능이 생소한 첨단 기술을 넘어 시민의 일상적 파트너로 인식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AI재단이 1월부터 10월까지 약 10개월간 시민이 작성한 소셜미디어 게시글 3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AI를 향한 담론의 무게중심이 위험과 불안에서 현실적 수용과 활용 전략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데이터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소비자 서비스와 문화 콘텐츠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AI를 둘러싼 사회적 감정지형이 실질적 이용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서울AI재단에 따르면 전체 게시글 가운데 AI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37.2%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방식의 분석에서 31.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5.7%포인트 오른 수치다. 부정 인식이 뚜렷하던 초기 논의와 달리, 실제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늘면서 긍정 정서가 통계상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단 관계자는 AI에 대한 인식 변화가 기술 수준 평가를 넘어 생활환경의 변화라는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텍스트에 함께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 변화도 인식 전환을 뒷받침한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합의, 불평등, 편견처럼 위험과 규제, 공정성에 초점 맞춘 표현이 주를 이뤘다. 올해 분석에서는 우리의 삶, 성장성, 전략 수립과 같이 AI의 잠재력을 전제로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관점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키워드 이동이 시민 담론의 초점이 막연한 두려움에서 구체적 기회와 대비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본다.
AI를 지칭하는 시민들의 어휘 선택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분석에 따르면 파트너, 조력자, 비서, 친구 등 관계를 전제한 표현 사용이 증가했다. 동시에 따뜻하다, 위로하다, 친근하다 같은 감정적 형용사도 늘어, AI가 차갑고 딱딱한 기술 대상이 아니라 정서적 상호작용의 주체로 경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AI재단은 이러한 언어 패턴이 인간과 AI의 관계 설정이 수직적 도구 사용을 넘어 상호보완적 동반자 구도로 재구성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인식 변화는 실제 활용 행태에서도 확인된다. 시민들은 업무 효율화 도구를 넘어, AI를 놀이와 창작 활동에 자연스럽게 접목하는 단계에 진입한 모습이다. 영상, 이미지, 사진 등 직관적인 시각 기반 영역에서 AI 활용이 가장 활발하게 관찰됐다. 특히 챗GPT와 이미지 생성 모델을 결합해 제작한 지브리 풍, 디즈니 풍 프로필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면서, AI는 생산성 도구를 넘어 개인의 자아 표현과 놀이 문화의 일부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AI재단은 이번 분석을 AI 정책과 도시 차원의 실험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김만기 서울AI재단 이사장은 이번 결과가 시민 일상에서 벌어지는 실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하고, AI가 어느 방향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지 점검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험형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시민이 생활공간 곳곳에서 AI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도시 환경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인식과 활용이 제도·윤리 논의와 함께 성숙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