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4천선 약세…외국인 이틀째 순매도에 FOMC 경계감 겹쳐

오예린 기자
입력

코스피가 5일 장 초반 외국인 매도세 속에 4천10선으로 밀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꺾이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증시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 23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19포인트 0.35퍼센트 내린 4,014.32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5.01포인트 0.12퍼센트 낮은 4,023.50에서 출발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키우는 흐름이다.

코스피 4,014선 하락…외국인 이틀째 순매도·FOMC 경계감 지속
코스피 4,014선 하락…외국인 이틀째 순매도·FOMC 경계감 지속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같은 시각 329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개인은 453억 원, 기관은 194억 원 규모로 각각 순매수에 나서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구도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73억 원 순매도해 현물과 선물 모두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양상이다.

 

환율은 원화 약세로 출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2원 오른 1,474.7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달러 강세, 원화 약세 흐름이 재차 나타나는 분위기다.

 

해외 증시는 FOMC를 앞둔 경계 심리가 부각됐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29일 기준 일주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3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고용시장 강세가 재확인됐고, 이 영향으로 연준의 완화 전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금리 인하 기대를 제약했다는 평가다.

 

이 여파로 미국 기술주, 특히 반도체주는 종목별로 엇갈렸다. 엔비디아는 2.1퍼센트 상승했지만 ASML은 2.7퍼센트 하락했고 마이크론도 3.2퍼센트 내리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장 대비 0.9퍼센트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투자 심리가 흔들리며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 대표주인 SK하이닉스가 1.66퍼센트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60퍼센트, 기아 0.91퍼센트, HD현대중공업 1.52퍼센트, SK스퀘어 3.68퍼센트 각각 내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0.38퍼센트 오르며 상대적으로 견조했고, LG에너지솔루션 1.83퍼센트, 현대차 2.29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0.82퍼센트, NAVER 0.20퍼센트 상승세를 나타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 성장을 위해 원자력이 핵심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원전 관련 종목에는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0.25퍼센트 오르는 등 강보합권을 보였고, 현대건설이 1.17퍼센트, 한전KPS가 1.29퍼센트 상승하는 등 국내 원전·원자력 섹터 전반에 온기가 도는 분위기다.

 

업종별로는 증권업종 지수가 0.98퍼센트 내렸고 제약업종이 0.77퍼센트, 전기전자업종이 0.76퍼센트 떨어졌다. 반면 IT서비스업종은 0.10퍼센트, 건설업종은 0.36퍼센트 오르며 일부 경기민감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코스닥 시장도 약세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7포인트 1.17퍼센트 하락한 918.96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은 장 초반 930.75로 전장 대비 0.92포인트 0.10퍼센트 상승 출발했지만 곧장 하락 전환한 뒤 낙폭이 확대됐다.

 

수급을 보면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559억 원, 기관은 560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은 1천100억 원 순매수에 나서며 기관과 외국인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수급 구조상 개인 매수에 의존하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변동성 확대에 대한 부담도 상존하는 모습이다.

 

종목별로는 시가총액 상위 제약주가 두드러지게 약세를 기록했다. 알테오젠이 7.51퍼센트 급락했고, 리가켐바이오 4.08퍼센트, 삼천당제약 2.24퍼센트 하락하는 등 코스닥 제약주 전반에 매도세가 쏠렸다. 전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시 로봇 산업 육성 기대감이 부각되며 급등했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날 1.80퍼센트, 유일로보틱스는 0.58퍼센트 내리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다만 2차전지주와 일부 바이오주는 강세를 이어갔다. 에코프로비엠이 1.08퍼센트, 에코프로가 2.95퍼센트 오르며 반등 흐름을 유지했고, 에이비엘바이오 1.74퍼센트, 디앤디파마텍 0.21퍼센트, 휴젤 0.23퍼센트 등은 소폭 상승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예정된 FOMC와 주요 이벤트를 언급하며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관망 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음 주 연속적으로 예정된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커지면서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이 부족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발언 이후 미국 원전주가 강세를 보인 점을 언급하며 국내 원전 관련주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향후 발표될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고용·물가 지표 흐름에 따라 외국인 수급과 환율, 국내 증시 방향성이 재차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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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엔비디아#한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