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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창작자도 AI동영상편집”…쯔양, 플랫폼 실험이 바꾸는 방송지도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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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크리에이터와 TV 예능의 결합이 동영상 플랫폼 기술 혁신과 맞물리며 방송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1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이 대형 방송 예능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온라인 영상 제작과 유통을 지탱해 온 인공지능 편집, 추천 알고리즘, 클라우드 인프라가 전통 미디어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유튜브 중심으로 축적된 데이터 기반 제작 방식이 향후 방송 편성, 광고, 커머스까지 관통하는 ‘알고리즘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과 쯔양이 출연한 전지적 참견 시점 예고 영상은 공개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218센티미터, 156킬로그램에 이르는 최홍만과 161센티미터, 44킬로그램으로 알려진 쯔양의 극단적 체격 차이가 시각적 화제를 만들면서, 클립 단위로 잘려 재가공된 짧은 영상이 순식간에 퍼졌다. 이런 ‘밈 확산’ 속도는 서버 인프라와 추천 엔진, 자동 편집 기능이 결합된 플랫폼 기술 진화를 보여준다.

유튜브와 소셜 플랫폼에서는 이미 AI 기반 편집과 썸네일 자동 생성, 음성 인식 자막 기능이 보편화됐다. 쯔양을 포함한 대형 크리에이터들은 긴 분량 원본을 촬영한 뒤, 장면 탐지 기술이 들어간 편집 도구를 활용해 하이라이트를 추출하고, 시청 지표를 분석해 반복 재생과 이탈 구간을 동시에 관리한다. 특정 장면에서 체격 대비가 극대화되는 구도나 반응 컷처럼 ‘클릭을 부르는 장면’을 찾아내는 과정에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이 깊숙이 개입하는 구조다.

 

특히 대용량 영상 저장과 실시간 스트리밍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콘텐츠전송네트워크 기술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쯔양처럼 구독자가 수백만에서 천만 단위에 이르는 채널은 업로드 순간 트래픽이 몰리기 때문에, 플랫폼은 지역별 캐시 서버에 영상을 분산 저장하고, 해상도별 인코딩을 자동으로 수행해 재생 끊김을 줄인다. 이런 기술적 기반 위에서 크리에이터는 촬영과 기획에 집중하고, 후반 제작과 배포는 플랫폼의 AI 도구와 서버가 담당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방송 업계는 이런 온라인 제작 문법을 빠르게 흡수하는 중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 분량 외에 유튜브용 클립을 별도 기획하고, 밈이 될 만한 장면을 중심으로 짧은 형식의 영상을 다중 제작한다. 예고편 단계부터 알고리즘 노출을 겨냥해 제목과 설명, 태그를 조합하고, 시청자 반응 데이터를 다음 편집과 편성에 반영한다. 기존에는 시청률과 설문에 의존하던 반응 측정이, 이제는 플랫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간대별 시청 패턴까지 읽어내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글로벌로는 제작 공정 자체에 더 깊이 AI를 도입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인물의 동작을 자동 추적해 구도를 재조정하는 리프레이밍 기술, 가상 카메라 이동을 구현하는 합성 영상, 음성 클리닝과 보정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오디오 AI 등이 유튜브, 틱톡,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런 도구를 기반으로 1인 크리에이터도 소규모 장비와 인력만으로 방대한 하루치 촬영 분량을 단시간 내 편집하며, 방송사 수준의 완성도와 분량을 소화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다만 저작권과 초상권, 합성 영상 오남용에 대한 규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방송 예능 장면이 크리에이터 채널에서 2차 가공되는 과정, 플랫폼의 자동 클리핑 기능이 방송사 권리와 충돌하는 가능성, AI가 포착한 인물의 특정 장면이 과도하게 증폭될 때의 인격권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온라인에서 체격 대비나 외모를 부각하는 ‘밈’이 확산될수록, 데이터 분석과 편집 기술이 시청자의 시선을 어디로 몰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 검토도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쯔양 같은 대형 크리에이터와 TV 예능의 협업이 앞으로는 단순 출연을 넘어, 데이터 기반 공동 제작과 커머스 연계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장면이 온라인에서 더 높은 재생수와 체류 시간을 기록했는지, 어떤 출연 조합이 광고 효율을 높였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곧장 다음 편 편성 구조에 반영되는 식의 ‘데이터 드리븐 제작’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산업계는 플랫폼 기술과 알고리즘이 기존 방송 구조와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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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최홍만#전지적참견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