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평리전투 함께 싸운 이름 기록한다”…양평군, UN프랑스대대 소속 한국군 참전기념비 제막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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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둘러싼 기억과 책임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참전국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경기도 양평군이 지평리전투 당시 UN프랑스대대와 함께 싸운 한국군 장병의 이름을 새긴 참전기념비를 세우며 한·프랑스 연합전투의 역사 재조명에 나섰다.  

 

양평군은 지난달 29일 양평군 지평면에 위치한 지평리 UN프랑스대대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UN프랑스대대 소속 한국군 참전기념비 제막식을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행사에는 지평리전투 참전용사 김봉오 씨(92)를 비롯해 전진선 양평군수, 라파엘 브롱도 주한프랑스대사관 국방무관 등이 참석했다.  

새로 조성된 기념비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 제2보병사단 프랑스대대에 배속돼 전투에 참여한 한국군 장병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아울러 양평 쌍터널전투와 지평리전투에서 전사한 프랑스군 전사자의 명단도 함께 각인해 한·프 양국 장병의 연대와 희생을 동시에 기렸다.  

 

지평리 전투는 1951년 2월 중공군 4차 공세 당시 벌어진 격전으로, 미 2보병사단 23연대와 프랑스 대대가 중공군 3개 사단의 공세를 막아낸 전투로 평가된다. 당시 유엔군 측 병력은 상대보다 16분의 1 수준에 그쳤지만, 끝내 전선을 사수하며 한국전 10대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됐다.  

 

전진선 군수는 제막식 인사말에서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호국영령 중 일부는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프랑스어로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마지막 한 분의 이름까지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기념비가 완성형이 아니라 추모와 연구가 병행되는 ‘진행 중인 기억’의 장이 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라파엘 브롱도 주한프랑스대사관 국방무관과 참전용사 유가족 등 참석자들은 헌화와 묵념을 통해 전사자들을 추모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평군은 향후 유엔 참전국,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지평리전투 관련 기록과 증언을 추가로 수집하고, 기념비·공원 일대를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평군은 지평리전투 75주년을 앞두고 기념행사와 학술행사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관련 예산과 지원 체계를 마련할 경우, 국회 차원의 안보·보훈 정책 논의와 연계한 기념사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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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지평리전투#un프랑스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