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바이오시밀러 전략"…셀트리온, 매출 4조·영익 1조로 체질 전환
고수익 바이오시밀러 중심 전략이 셀트리온의 실적 체질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4년 4분기 전망치 기준 사상 첫 연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내다봤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후발 주자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회사는 고부가 바이오시밀러와 미국 생산거점 확보, CDMO 사업을 결합한 수익성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양적 성장 중심의 바이오시밀러 모델에서 고수익 포트폴리오와 생산 내재화를 앞세운 ‘2단계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31일 공시를 통해 2024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2839억원, 영업이익 4722억원을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7퍼센트, 영업이익은 140.4퍼센트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최대 영업이익을 동시에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률은 36.8퍼센트 수준으로 추정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업체 가운데서도 상단에 근접한 수익성을 시현할 것으로 관측된다.

4분기 전망치가 확정될 경우 2024년 연간 매출은 4조1163억원, 영업이익은 1조1655억원으로 집계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7퍼센트, 영업이익은 136.9퍼센트 늘어난다.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두 개의 상징적 기준을 같은 해에 넘어서며 규모와 수익성 양쪽에서 ‘퀀텀점프’를 달성하는 셈이다.
실적의 질적 변화에는 제품 믹스 전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기존 주력 바이오시밀러의 안정적 성장세 위에 고마진 신규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착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4분기에는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스테키마 등 신규 제품군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램시마SC는 기존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꾼 제품으로, 환자 편의성과 투약 효율을 높인 고부가 바이오시밀러다. 유플라이마와 베그젤마 역시 오리지널 대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고수익 구조를 갖춘 제품군으로 꼽힌다.
일부 신규 제품은 특허 합의 등으로 출시 시점이 다소 늦어지면서 2024년 한 해에 반영된 매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회사는 2025년부터 이들 품목의 연간 효과가 온전히 실적에 반영되고,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올해를 웃도는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공급 안정성을 위해 불가피했던 특허 협상 비용과 초기 마케팅 부담이 감소할수록 신규 제품의 수익성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본다.
합병 이후 회계·원가 구조 정리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3년 12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마무리하며 생산과 판매 조직을 일원화했다. 당시 발생한 고원가 재고 소진과 개발비 상각이 2024년 중 마무리되면서 영업이익에 가해졌던 압박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여기에 생산 수율 개선까지 더해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줄고, 단위당 원가가 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4년 4분기 매출원가율은 잠정치 기준 36.1퍼센트로 3분기 39퍼센트에서 한 분기 만에 약 3퍼센트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은 5389억원으로 추정돼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설비 효율 개선과 제품 믹스 변화가 결합되면서 EBITDA 마진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 사이에서 생산 효율성과 제품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이익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셀트리온이 합병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 구도에 다시 올라탔다는 평가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2025년 이후 전략의 축을 외형 확장보다는 고수익 제품군 중심 성장으로 이동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내년부터 순이익 기여도가 높은 품목 위주로 입찰 전략을 짜고, 단순 물량 확대 중심의 수주보다는 가격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한 선별 입찰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신규 제품의 국가별 출시를 앞당겨,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장기 성장 동력으로는 생산거점 확대와 CDMO 사업이 제시된다. 셀트리온은 올해 말까지 미국 일라이 릴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미국 내 대형 제약사 제품을 생산해온 시설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셀트리온은 즉시 가동 가능한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는 내년부터 이 공장에서 위탁생산 제품 공급을 시작하고, 동시에 북미 시장 대상 자사 제품 생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 생산거점은 셀트리온의 중장기 CDMO 전략과도 맞물린다. 설비투자와 생산 인프라 구축은 셀트리온과 미국 자회사가 담당하고, 해당 시설을 활용한 위탁개발생산 사업의 글로벌 영업과 프로젝트 관리는 CDMO 전문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가 맡는다. 바이오시밀러에서 축적한 공정 개발·대량 생산 노하우를 외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조로, 기존 제품 매출과 별도로 안정적 수수료 수익을 쌓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제약사와 전문 바이오텍들이 CDMO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키우는 흐름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생산시설 규제와 인증 요건이 강화되면서, 품질과 규제 대응 능력을 갖춘 소수 기업으로 수주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셀트리온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전면에 내세워 CDMO 시장에 진입할 경우, 북미 고객을 중심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CDMO 사업은 고객사 의존도, 설비 가동률, 장기 계약 구조 등 변수도 적지 않다. 설비를 선제적으로 보유한 뒤 수주를 채워 넣는 방식이어서, 초기에는 가동률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셀트리온이 기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CDMO 분야에서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지가 수익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4분기 전망치 발표를 두고 투자자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기 종료 이전에 최초로 전망 실적을 제시한 것은 정보 제공 시점을 앞당겨 시장 변동성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보수적 가정을 적용해 추정치를 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고수익 제품군과 미국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내실 있는 성장에 집중하고, CDMO 사업을 포함한 중장기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이번 실적 전환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저가 경쟁이 아닌 수익성과 생산 내재화, CDMO를 결합한 복합 전략이 어느 수준까지 시장에서 통할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산업계는 셀트리온이 구축 중인 수익 구조와 생산 인프라가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 전반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