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낮은 기온에도 열사병 취약”…30~50대 남성 위험 1.7배
당뇨병 유병력이 열사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대규모 인구 건강 데이터 기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고야공업대 연구팀은 일본 전국의 의료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약 7년간 94만명 이상을 추적한 결과, 당뇨병 환자의 열사병 위험이 비당뇨병 환자 대비 1.41배 증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30~50대 남성에서는 그 비율이 최대 1.69배로 더욱 커 ‘중장년 당뇨 환자군’의 폭염 취약성이 부각됐다. 연구진은 표본을 연령·성별·지역별로 구분해 의료비 청구 명세 등 실제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 분석했다. 그 결과, 30세 미만에서는 당뇨병 유무가 열사병 위험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중장년 남성군에서 두드러진 격차가 관찰됐다.
특히 도쿄, 오사카 지역의 세부 분석에선 최고기온 30도를 넘지 않는, 비교적 덥지 않은 날씨에도 당뇨병 환자군에서는 열사병 발생률이 비환자군보다 더 높았다. 체온조절 기능 저하시 당뇨 환자가 일반인보다 더위를 덜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폭염 위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한 채 열사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일본 건강보험 전체 빅데이터와 기상 정보까지 결합해 개발된 ‘실제임상 기반 위험인자 분석 플랫폼’을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기존 연구가 일부 병원이나 지역 데이터에 국한됐던 한계를 넘어, 인구집단 빅데이터 기반 정량 평가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는 기후 위기·고령화가 겹치며 만성질환자 집단의 복합 질환 리스크 관리가 미래 보건전략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전국 단위 의료·유전체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당뇨병과 열사병 등 환경 요인에 취약한 만성질환군 분석 및 예방 가이드 개발 논의가 확산되는 추세다.
한편 일본은 건강보험 데이터 및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의료 빅데이터의 공익적 연구 목적 활용에 법적·윤리적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다.
히라타 아키마사 나고야공업대 교수는 “생활기온이 낮은 상황에서도 당뇨병 환자의 체온 감지·조절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향후 만성질환군은 환경요인 위험 대응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 업계는 당뇨병 환자군의 열사병 예방 전략과 실제 관리 기술이 현장에 적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