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네이버 외국인 지분율 38%대로 하락…두나무 합병 호재에도 차익매물 부담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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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이라는 대형 호재가 부각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가 거세지면서 네이버 주가가 박스권에 묶이고 있다. 12일 오전 장 초반 네이버 주가는 전일과 같은 24만 3,500원에 머물렀고, 지난달 39.6%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38.7%까지 떨어지며 수급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뉴스에 파는 매물이 쏟아졌지만, 2024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펀더멘털이 밸류에이션 하단을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네이버 주가는 26만 원대 안착을 시도했으나 외국인과 기관 매물 출회로 24만 원대 초반까지 밀리며 조정을 거쳤다. 지난달 27일 26만 3,500원을 고점으로 하락 전환한 이후 2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며 추세적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2일 오전 8시 51분 기준 거래량은 약 4만 8,000주에 그쳐 관망세가 짙고, 전일과 같은 가격대에서 매수·매도 세력 간 눈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호재성 공시 직후마다 윗꼬리를 달고 내려오는 패턴이 반복되는 점은 대기 매도 물량이 상당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분석] 외국인 지분율 38%대 후퇴… 네이버(NAVER), 두나무 합병에도 '매물 폭탄' 쏟아진 배경 (제공:AI제작)
[분석] 외국인 지분율 38%대 후퇴… 네이버(NAVER), 두나무 합병에도 '매물 폭탄' 쏟아진 배경 (제공:AI제작)

주가 변동의 핵심 재료는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합병 공시다. 이 합병은 네이버를 기존 포털·커머스 중심 빅테크에서 블록체인과 핀테크를 아우르는 거대 플랫폼으로 재평가하게 만들 수 있는 모멘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발표 직후 주가가 단기 급등분을 반납하며 오히려 차익 실현 무대로 변했고, 시장은 합병 시너지에 대한 장기 기대와 가상자산 규제 리스크, 재료 소멸 우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분위기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이탈이 두드러진다. 11월 14일 39.6%였던 외국인 보유율은 12월 12일 38.7%로 약 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며 주가 약세를 이끌었다. 이날 매매 동향에서도 JP모간이 매도 상위 6만 7,380주, 매수 상위 6만 5,809주 창구에 동시에 등장하며 단기 차익을 노린 고빈도 매매 성격의 거래를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 자금이 네이버의 중기 방향성에는 확신을 보류한 채 변동성 장세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개인 투자자 간 손바뀜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는 시가총액 약 38조 원으로 코스피 15위에 올라 있으며, 경쟁사 카카오 시가총액 약 26조 원과 비교하면 덩치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재무 지표를 보면 차이는 더 크다. 네이버의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8.46%로, 카카오의 2.24% 대비 약 네 배 높은 자본 효율성을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 증가세도 견조해 실적 기반 밸류에이션 매력에서 경쟁사를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상장주식 1억 5,685만 주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38%를 웃도는 구조는 원칙적으로 수급 안정 요인이지만, 최근 보유율이 후퇴하는 흐름은 국내 인터넷 업종 전반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재무 추정치를 보면 네이버는 이익 체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2024년 예상 당기순이익은 1조 9,232억 원으로, 2023년 1조 123억 원 대비 약 90% 늘어날 전망이다. 이익 급증에 힘입어 주가수익비율 PER은 2022년 38.3배에서 2024년 16.7배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과거 밴드 하단에 가까운 수치여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특히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배당·자사주 등 주주환원정책 확대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2025년 예상 PER이 17.9배로 소폭 되돌림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성장 속도 둔화에 대한 시장 경계심을 일부 반영한다.

 

네이버 주가를 좌우하는 펀더멘털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서치플랫폼 부문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더불어 핀테크와 웹3.0 결합이 신규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인수는 향후 5년간 10조 원 투자 계획과 맞물려 글로벌 금융 플랫폼 도약을 겨냥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둘째, AI와 클라우드 사업 확장성이다. 사우디 디지털트윈 프로젝트 수주와 서울대병원과의 의료 특화 초거대언어모델 LLM 공동 개발 성과는 네이버 AI 기술력이 B2B 매출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셋째, 글로벌 콘텐츠 시장 공략이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와의 파트너십은 이용자 락인 효과를 강화하고 구독 기반 매출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장기 재료로 거론된다. 다만 이러한 호재들이 일정 부분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인식과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금리 불확실성이 상승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웹3.0과 가상자산 플랫폼 테마의 대표주로 부각됐다. 두나무와의 결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과 자산 토큰화 시장 선점 기대를 키우며 관련 테마주에까지 파급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동시에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가능성,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 확대 리스크도 함께 안게 됐다. 합병 승인 심사 진행 경과와 구체적인 서비스 출시 일정에 따라 테마 강도가 급격히 바뀔 수 있는 구조여서, 현재는 기대감이 정점을 통과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재료 소강 국면으로 해석된다.

 

단기 주가 흐름에서는 수급 공백 해소가 관건으로 꼽힌다.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24만 원선 안팎에서 지지력 점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24만 원이 붕괴될 경우 23만 5,000원대까지 조정 폭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16배 안팎으로 낮아진 PER과 이익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해당 구간에서는 저가 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기적으로는 두나무 합병 시너지 가시화 시점과 AI B2B 매출 증가세가 본격 확인되는 구간이 주가 반등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위험 성향에 따라 대응이 갈릴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보수적 투자자라면 외국인 수급이 순매수로 전환되는 흐름을 확인한 뒤 진입하는 편이 유리하고, 공격적 투자자라면 현재 밸류에이션 매력을 근거로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다만 두나무 합병과 연동된 핀테크·가상자산 비즈니스는 규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합병 인가 지연이나 가상자산 가격 급락이 네이버 주가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지분율 축소와 규제 변수 등 단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이익 체력과 신사업 성장성이 구조적으로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향후 주가 방향은 두나무 합병 인허가 진행 상황, 글로벌 금리와 기술주 밸류에이션 조정 흐름, AI·핀테크 실적 가시성 확대 여부 등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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