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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로 변화 알렸다”…카사트키나, 우크라이나 코스튜크전 패배→네트 앞 화해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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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로 변화 알렸다”…카사트키나, 우크라이나 코스튜크전 패배→네트 앞 화해의 손길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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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손길이 망설임 없이 네트 너머로 내밀어지던 순간, 경기장은 짙은 감정의 정적에 휩싸였다. 카사트키나와 코스튜크가 맞잡은 손이 전쟁과 분단의 상흔을 넘어 화해의 상징이 된 것이다. 작은 악수는 기록 이상의 의미를 더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긴 여운을 남겼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9일 열린 여자프로테니스 투어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2회전, 다리야 카사트키나(세계 15위, 호주)는 마르타 코스튜크(27위, 우크라이나)와 공식 무대에서 만났다. 경기는 코스튜크가 2-0(6-4 6-2) 완승을 거두며 마무리됐고, 이어진 네트 앞 악수는 경기 결과를 뛰어넘는 메시지로 남았다.

“악수로 변화 알렸다”…카사트키나, 국적 변경 후 코스튜크전→우크라이나 선수와 첫 악수 / 연합뉴스
“악수로 변화 알렸다”…카사트키나, 국적 변경 후 코스튜크전→우크라이나 선수와 첫 악수 / 연합뉴스

이번 대결은 카사트키나에게 여러모로 특별했다. 지난 3월, 러시아 국적을 떠나 호주 국적으로 첫 투어에 나선 뒤 처음 이뤄진 우크라이나 선수와의 맞대결이었다. 무엇보다 코스튜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과 경기 후 악수를 거부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기 전부터 코스튜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과의 악수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침략에 반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선수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카사트키나는 이미 국적을 바꾸기 전부터 러시아와의 전쟁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고, 이번 만남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16강 진출자는 코스튜크였으나, 최종적으로 두 선수 사이에 오랜 침묵을 뚫은 악수가 남았다. 경기 직후 코스튜크는 “평소 존경하던 사람과 악수할 수 있어 기쁘다. 조용히 있는 것보다 때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사트키나 역시 마주 잡은 손에 담긴 용기를 잊지 않을 듯한 표정을 남겼다.

 

최근 카사트키나는 지난해 WTA 코리아오픈 준우승을 비롯해, 러시아를 떠난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으로 테니스 팬들의 중심에 서 있다. 코스튜크는 3회전 진출로 다시 상위권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스포츠 현장은 때로는 조용한 한 손짓으로 변화를 예고한다. 카사트키나와 코스튜크가 네트 앞에서 남긴 악수는 기록과 승패를 넘어 용기와 연대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공감하게 했다. 이들의 서사는 주말까지 계속되는 WTA 투어 속에서 테니스 팬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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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트키나#코스튜크#wta